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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작품 정보 ==
||<tablewidth=100%><width=140px> '''갈래''' || 현대시, 자유시, 서정시 ||
|| '''성격''' || 감각적, 환상적, 유희적, 내밀적, 실험적 ||
|| '''제재''' || 도승현과 그의 이름 ||
|| '''주제''' ||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 ||
|| '''특징''' ||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제시함.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매혹을 형상화함. 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에서 환상적인 상상을 이끌어 냄. 문자 표기의 변형을 활용하여 시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냄. ||

== 작품 해설 ==

=== 1~3행 ===
> 도승현
> 도승현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았다.
> 도. 승. 현.

'''‘도승현’'''이라는 고유명사를 독립된 하나의 행으로 제시하여 작품의 중심 대상을 부각하고 있다.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이름만을 제시함으로써 화자의 관심이 도승현이라는 대상 자체에 집중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도승현의 이름’'''에서는 화자의 관심이 대상에서 대상의 이름으로 옮겨 간다. '''‘가만히’'''는 대상의 이름을 조용히 되뇌며 음미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며, 대상에 대한 화자의 내밀한 관심을 나타낸다.

'''‘불러보았다’'''의 ‘-어 보다’는 어떤 행동을 직접 시도하거나 경험해 보는 의미를 지닌다. 이를 통해 화자가 단순히 대상의 이름을 부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름을 직접 발음해 보는 행위 자체에 주목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도. 승. 현.’'''에서는 하나의 고유명사를 세 개의 음절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있다. 각 음절 뒤에 마침표를 사용하여 이름을 끊어 읽게 함으로써 ‘도’, ‘승’, ‘현’이라는 각각의 음절을 부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자의 관심은 '''대상 → 대상의 이름 → 이름을 구성하는 개별 음절'''로 점차 세분화된다. 이를 통해 사랑하는 대상의 이름을 음절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음미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 4~5행 ===
> 매 음절이 혀 끝에 맺힐 때마다 적당한 수준으로 느껴지는 탄력감.
> 특히 도의 발음에서 느껴지는 파열음는\은 나에게로 하여금 은근한 유혹읅 하는 것d\이다.

'''‘매 음절’'''은 앞의 ‘도. 승. 현.’과 연결되는 표현으로, 대상의 이름을 구성하는 각각의 음절에 주목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앞에서 시각적으로 분절하여 제시한 이름을 이 부분에서는 화자가 직접 발음하며 감각하고 있다.

'''‘혀 끝에 맺힐 때마다’'''에서는 청각적으로 인식되는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맺히다’를 통해 각각의 음절이 혀끝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대상의 이름을 세밀하게 음미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탄력감’'''은 주로 촉각과 관련된 표현으로, 이름을 발음하며 느끼는 감각을 촉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승현의 이름이 화자에게 단순히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직접 감각하고 음미하는 특별한 대상임을 보여 준다.

'''‘적당한 수준’'''은 감정이나 감각의 정도를 측정하듯 표현한 말이다. 대상에 대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분석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대상의 이름을 세밀하게 의식하는 화자의 태도를 나타낸다.

'''‘특히’'''를 통해 ‘도’, ‘승’, ‘현’ 가운데 ‘도’의 발음을 부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자의 관심은 ‘도승현’이라는 이름 전체에서 각각의 음절로, 다시 ‘도’라는 하나의 음절로 집중된다.

'''‘파열음’'''은 ‘도’의 음성적 특징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화자는 이러한 발음의 특징을 '''‘은근한 유혹’'''으로 받아들이며, 대상의 이름을 구성하는 하나의 음절에서도 매혹을 느끼는 모습을 드러낸다.

'''‘은근한’'''은 유혹의 정도를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절제하여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는 앞의 ‘가만히’, ‘적당한 수준’과 함께 감정의 강도를 낮추어 표현하면서도 대상의 작은 특징까지 세밀하게 감각하는 화자의 모습을 부각한다.

한편 '''‘파열음는\은’, ‘유혹읅’, ‘것d\이다’'''와 같은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기는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는 흐름을 끊고 문자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특히 ‘파열음’이 제시되는 부분에서 문자 표기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통해 ‘파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도 드러내고 있다.

=== 6~8행 ===
> 나는 사무치는 그의 유혹에서 적이 울적해져 있다가도,
> 다시 돌아서서는 그 초록 니트의 품으로 안긴다.
>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냄새가 은은히 나는 그의 품.

'''‘사무치는 그의 유혹’'''은 앞의 ‘은근한 유혹’과 연결된다.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유혹은 ‘은근한’ 것으로 제시되지만, 화자는 이를 ‘사무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를 통해 대상의 작은 특징에도 깊은 영향을 받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적이 울적해져’'''에서는 대상과 관련하여 화자가 느끼는 정서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앞에서 이름의 음절과 발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났던 화자의 감정이 이 부분에서는 ‘울적하다’라는 정서 표현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다가도’'''는 화자의 정서가 울적한 상태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변화함을 나타낸다. 이어지는 '''‘다시’'''를 통해 화자의 관심과 행동이 결국 대상에게 다시 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 초록 니트의 품’'''에서는 화자의 관심이 이름과 발음에서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확대된다. ‘초록 니트’는 색채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의 모습을 구체화하며, 화자가 대상의 일상적인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안긴다’'''에서는 대상의 품에 자신을 맡기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대상에게 이끌리는 태도를 드러낸다. 앞에서 대상의 ‘유혹’에 영향을 받던 화자의 모습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는 대상의 일상적인 습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표현이다. 화자가 대상이 향수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상황까지 알고 있다는 점에서 대상의 사소한 모습과 행동까지 관심 있게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향수 냄새가 은은히 나는’'''에서는 후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감각을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은은히’는 감각의 정도를 절제하여 나타내는 표현으로, 앞의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와 연결된다.

7행과 8행에서는 '''‘품’'''이 반복된다. 7행에서는 화자가 안기는 공간으로, 8행에서는 향수 냄새가 나는 공간으로 제시하여 대상의 품을 촉각적·후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분에서는 화자의 관심이 '''이름과 발음에서 대상의 옷, 품, 향기와 같은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승현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 9행 ===
> 그의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을 눕혀 물을 부어본다면, 아마도, 작은 아쿠아리움 하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은 대상의 구체적인 외양을 나타낸다. 화자는 사랑의 대상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제시하기보다 대상의 독특한 생김새를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도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기가 나타난다. 앞의 ‘파열음’에서 문자 표기가 흐트러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에서는 대상의 기울고 찌그러진 모습을 문자 표기의 변형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얼굴을 눕혀 물을 부어본다면’'''에서는 대상의 얼굴을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하여 상상하고 있다. ‘-ㄴ다면’이라는 가정의 표현을 사용하여 현실적인 대상의 관찰에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을 전환하고 있다.

화자는 대상의 기울고 찌그러진 얼굴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연상하고 이를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구체화한다. 이에 따라 '''대상의 얼굴 →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 →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

'''‘아마도’'''와 '''‘~지 않을까’'''는 화자의 상상을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표현이다. 대상의 얼굴에 물을 부어 아쿠아리움을 만든다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절제된 어조로 제시하여 유희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 ‘은은히’에 이어 '''‘아마도’, ‘작은’'''과 같이 표현의 강도를 낮추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이와 달리 화자의 상상은 대상의 얼굴을 하나의 공간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절제된 어조와 과감한 상상의 대비'''가 나타난다.

=== 10~11행 ===
> 그리고 나는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에 금붕어를 풀어놔야지.
> 금붕어는 수풀이 우거진 그의 얼굴 못에서 자유로이 헤엄칠 것이다.

'''‘그리고 나는’'''에서는 화자가 행동의 주체로 부각된다. 앞에서는 주로 대상의 이름과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유혹에 영향을 받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났다면, 여기에서는 화자가 대상의 얼굴에서 비롯된 상상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나만의’'''는 화자가 상상한 아쿠아리움의 사적인 성격을 부각한다. 앞에서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제시되었던 공간이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구체화되면서 대상에 대한 화자의 내밀한 상상을 드러내고 있다.

'''‘금붕어를 풀어놔야지’'''는 구어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화자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앞으로 할 일을 자연스럽게 계획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작품의 유희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앞의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에서 상상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였다면, '''‘풀어놔야지’'''에서는 화자가 직접 행동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화자의 상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1행에서는 앞에서 제시된 '''‘금붕어’'''가 문장의 주어로 다시 나타난다. 금붕어를 풀어놓겠다는 화자의 생각이 금붕어가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수풀이 우거진’'''은 화자가 상상한 공간에 자연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특히 ‘수풀’의 녹색 이미지는 앞에서 제시된 '''‘초록 니트’'''를 연상하게 하며, 현실에서 관찰한 대상의 모습이 화자의 상상 속에서 자연적인 이미지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앞에서 '''‘아쿠아리움’'''으로 제시되었던 공간은 이 부분에서 '''‘얼굴 못’'''으로 변화한다. 인공적인 수조를 의미하는 ‘아쿠아리움’에서 자연적인 공간인 ‘못’으로 이미지가 변화하면서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상상이 하나의 자연적인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화자의 상상은 '''얼굴 → 작은 아쿠아리움 →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으로 점차 확대되고 구체화된다.

'''‘얼굴 못’'''은 대상의 얼굴과 화자가 상상한 공간을 결합한 표현이다. 앞에서는 얼굴에 물을 부어 아쿠아리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면, 여기에서는 대상의 얼굴 자체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못’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자가 자신의 환상적인 상상에 더욱 깊이 몰입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자유로이 헤엄칠 것이다’'''에서는 앞의 가정이나 의지의 표현과 달리 상상한 장면을 보다 단정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의 표현들과 함께 살펴보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 ‘풀어놔야지’ → ‘헤엄칠 것이다’'''

로 서술 방식이 변화한다. 이를 통해 처음에는 가능성으로 제시되었던 상상이 화자의 의지를 거쳐 하나의 구체적인 장면으로 형상화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 12~19행 ===
> 도승현
> 도
>
> 도승현
> 도
> 도
> .
> .
> .

11행까지 확대되었던 환상적인 상상은 12행에서 사라지고, 작품은 다시 '''‘도승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에서 시작된 화자의 감각과 상상이 다시 그 출발점인 대상에게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2행의 '''‘도승현’'''은 작품의 첫 행에 제시된 이름을 반복한 것이다. 첫 행에서는 작품의 중심 대상을 제시하였다면, 이 부분에서는 앞에서 전개된 다양한 감각과 상상을 거친 뒤 대상의 이름을 다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의 처음과 끝이 서로 호응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13행에서는 완전한 이름인 ‘도승현’에서 '''‘도’'''라는 하나의 음절만을 제시한다. 이 ‘도’는 앞에서 화자가 '''‘특히 도의 발음’'''이라고 하며 특별히 주목했던 음절이다. 따라서 작품의 마지막에서 ‘도’를 다시 제시함으로써 화자가 대상의 이름 가운데 특히 매혹을 느꼈던 음절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14~16행에서는 '''‘도승현 → 도 → 도’'''가 다시 제시된다. 대상의 이름과 ‘도’라는 음절을 반복함으로써 작품의 마지막에서 화자의 관심을 다시 대상의 이름에 집중시키고 있다.

또한 앞부분에서는 자신의 감각과 상상을 여러 문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그러한 설명이 사라지고 '''대상의 이름과 하나의 음절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감정을 이름 자체의 반복으로 드러내고 있다.

17~19행에서는 ‘도’라는 음절도 사라지고 '''마침표만을 독립된 행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품의 언어는 '''‘도승현 → 도 → .’'''와 같이 완전한 이름에서 하나의 음절로, 다시 문장 부호로 점차 축소된다.

마지막의 마침표는 앞의 '''‘도. 승. 현.’'''에서 사용된 마침표와도 연결된다. 앞에서는 하나의 이름을 각각의 음절로 분절하는 기능을 하였던 마침표가 마지막에는 음절 없이 독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름이 점차 작은 언어 단위로 축소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한편 작품의 중간에서는 대상의 얼굴에서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으로 화자의 상상이 계속 확대되었다. 이와 달리 마지막에서는 ‘도승현’이라는 이름이 ‘도’와 마침표로 점차 축소된다.

따라서 작품에는 '''상상의 확대와 언어 단위의 축소'''가 함께 나타난다. 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에서 시작된 상상은 하나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확대되지만,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다시 대상의 이름과 하나의 음절로 수렴한다. 이를 통해 작품에서 제시된 다양한 감각과 환상적인 상상이 모두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에서 비롯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 시상 전개 ==
이 작품은 '''대상의 이름을 부르고 이를 음절 단위로 분절하는 데서 시작하여,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감각하고,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관심을 확대하며, 대상의 얼굴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뒤 다시 대상의 이름과 음절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tablewidth=100%><width=150px> '''부분''' || '''시상의 전개''' ||
|| '''1~3행''' || 도승현의 이름을 부르고 이를 음절 단위로 분절함. ||
|| '''4~5행''' || 이름의 각 음절을 신체적으로 감각하고 특히 ‘도’의 발음에서 매혹을 느낌. ||
|| '''6~8행''' || 이름에서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화자의 관심이 확대됨. ||
|| '''9행''' || 대상의 얼굴에서 아쿠아리움을 연상하며 현실적인 관찰에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이 전환됨. ||
|| '''10~11행''' || 대상의 얼굴을 ‘얼굴 못’으로 변화시키며 환상적인 상상을 확대하고 구체화함. ||
|| '''12~19행''' || 환상적인 상상에서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돌아오고, 이름을 음절과 문장 부호의 단위로 축소하여 제시함. ||

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 → 이름의 소리 →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 → 환상적인 공간 → 대상의 이름과 음절'''로 이어지는 시상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 표현상의 특징 ==
'''첫째,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세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도승현’을 ‘도. 승. 현.’으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다시 ‘매 음절’과 ‘특히 도의 발음’에 주목함으로써 대상의 이름을 음절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감각하는 화자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둘째,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인 감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혀 끝에 맺힐 때마다’, ‘탄력감’ 등의 표현을 통해 청각적으로 인식되는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 자체에서 매혹을 느끼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셋째,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형상화하고 있다.''' ‘초록 니트’의 시각적 이미지, ‘탄력감’과 ‘안긴다’에서 나타나는 촉각적 감각, ‘향수 냄새’의 후각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관심을 감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넷째, 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에서 환상적인 상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연상하고 이를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으로 변화시킴으로써 현실적인 대상의 모습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다섯째, 문자 표기의 변형을 활용하여 시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파열음’과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이 제시되는 부분에서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형태를 사용하여 문자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이를 통해 시어가 나타내는 의미를 문자 표기의 변형을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여섯째, 절제된 어조와 과감한 상상을 대비하여 유희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 ‘은은히’, ‘아마도’, ‘작은’과 같이 표현의 강도를 낮추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대상의 얼굴에 물을 부어 아쿠아리움을 만들고 금붕어를 풀어놓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제시하고 있다.

'''일곱째, 성격이 다른 어휘와 표현을 함께 사용하여 독특한 어조를 형성하고 있다.''' ‘음절’, ‘파열음’과 같은 분석적인 어휘, ‘사무치는’, ‘은은히’, ‘자유로이’와 같은 서정적인 표현,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와 같은 일상적인 표현, ‘풀어놔야지’와 같은 구어적인 표현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여덟째, 서술 방식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상상이 점차 구체화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에서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풀어놔야지’에서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며, ‘헤엄칠 것이다’에서는 상상한 장면을 보다 단정적으로 제시한다.

'''아홉째, 상상의 확대와 언어 단위의 축소를 통해 작품의 구조적인 특징을 형성하고 있다.'''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상상은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확대되는 반면, 마지막에서는 ‘도승현’이 ‘도’와 마침표로 축소된다. 이를 통해 크게 확대된 화자의 상상이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 제목의 의미 ==
제목인 '''「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는 작품이 실제 메모장에 작성되었다는 점과 관련된다.

제목의 '''‘이’'''는 작품이 기록되어 있는 구체적인 메모장을 가리키는 지시 표현이다. 따라서 제목의 ‘메모장’은 작품 속에서 설정된 대상이 아니라 작품이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 매체와 직접 연결된다.

'''‘열지 마세요’'''는 다른 사람이 메모장을 열어 보는 것을 금지하는 표현이다. 그러나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해당 메모장을 열어야 하므로, 제목의 금지와 작품을 읽는 행위 사이에 긴장이 형성된다.

메모장 안에는 도승현의 이름을 부르며 느끼는 감각, 대상의 옷과 향수 냄새, 품과 얼굴에 대한 관찰, 대상의 얼굴을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변화시키는 화자의 상상이 기록되어 있다. 따라서 ‘열지 마세요’라는 금지의 표현은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내밀한 감정과 사적인 상상'''을 부각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본문의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은 제목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제목에서는 다른 사람이 메모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본문에서는 화자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를 통해 메모장과 아쿠아리움은 화자의 사적인 감정과 상상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에서 연결된다.

특히 작품에서 나타나는 문자 표기의 변형은 메모장이라는 기록 매체의 성격과도 관련된다. 완성된 문장의 의미뿐만 아니라 문자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듯한 표기의 변형까지 작품의 표현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목은 '''작품이 기록된 실제 매체를 작품의 의미와 연결하는 한편,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적인 감정과 상상의 내밀성을 부각'''하고 있다.

== 작품 해제 ==
이 작품은 화자가 도승현의 이름을 부르고 이를 음절 단위로 나누어 감각하는 데서 시작하여,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관심을 확대하고, 대상의 얼굴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뒤 다시 대상의 이름과 음절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화자는 ‘도승현’이라는 이름을 ‘도. 승. 현.’으로 분절하고 ‘혀 끝에 맺힐 때마다’, ‘탄력감’, ‘파열음’ 등의 표현을 통해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감각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도’의 발음에서 ‘은근한 유혹’을 느낀다고 표현하여 대상의 이름 자체에 대한 매혹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후 ‘초록 니트’, ‘품’, ‘향수 냄새’ 등을 통해 화자의 관심을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으로 확대한다. 이어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에서 ‘작은 아쿠아리움’을 연상하고 이를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으로 확대함으로써 현실적인 대상의 모습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또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풀어놔야지’, ‘헤엄칠 것이다’로 이어지는 서술 방식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상상이 가능성의 제시에서 화자의 의지로, 다시 구체적인 장면의 제시로 나아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그러나 환상적인 상상이 확대된 뒤 작품은 다시 ‘도승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며, 이어 ‘도’와 마침표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작품의 중간에서는 '''상상의 확대'''가 나타나는 반면 마지막에서는 '''언어 단위의 축소'''가 나타난다.

이처럼 이 작품은 '''이름의 음성적 특징에 대한 세밀한 감각,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 현실에서 환상으로 확대되는 상상, 문자 표기의 변형, 이름과 음절의 반복'''을 통해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형상화하고 있다.

== 심화 감상 ==

=== 『롤리타』와의 비교 ===
이 작품에서 화자는 ‘도승현’이라는 이름을 '''‘도. 승. 현.’'''으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이어 '''‘매 음절’, ‘혀 끝에 맺힐 때마다’, ‘탄력감’, ‘특히 도의 발음’''' 등의 표현을 통해 대상의 이름을 발음하며 느끼는 감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 방식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의 첫부분과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롤리타』에서도 화자는 ‘Lolita’라는 이름을 '''‘Lo. Lee. Ta.’'''와 같이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그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혀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두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고, 그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감각에 주목한다'''는 표현상의 공통점이 있다.

특히 『롤리타』에서 이름의 발음과 혀의 움직임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도. 승. 현.’ → ‘매 음절’ → ‘혀 끝에 맺힐 때마다’'''

로 표현이 이어진다. 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을 단순히 대상을 지칭하는 말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자가 직접 발음하고 음미하는 감각적인 대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는 이름 전체를 분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특히 도의 발음’'''에 주목하여 화자의 관심을 하나의 음절로 더욱 집중하고 있다. 이후 작품의 마지막에서 다시 ‘도승현’과 ‘도’를 반복하고 마침표만을 독립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이름과 음절에 대한 화자의 관심을 작품의 구성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따라서 『롤리타』와 이 작품은 '''대상의 이름을 음절로 분절하고, 그 이름의 발음을 혀의 움직임과 같은 신체적 감각으로 구체화한다는 표현상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다만 두 작품 사이의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롤리타』를 이 작품의 직접적인 원전이나 모티프로 단정하기보다는, '''이름의 분절과 발음의 신체적 감각이라는 표현상의 유사성이 나타나는 작품'''으로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다.

== 창작 배경 ==
작품의 글쓴이와 작품의 대상인 도승현은 같은 '''2학년 1반의 남학생'''이며, 작품은 실제 학교 컴퓨터의 메모장에 작성되었다.

이러한 창작 배경은 작품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대상 묘사와 관련된다.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등은 대상의 일상적인 모습과 습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표현으로, 화자가 실제 일상에서 대상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작품이 실제 학교 컴퓨터의 메모장에 작성되었다는 점은 제목인 '''「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와 직접 연결된다. 제목의 ‘이 메모장’이 작품이 기록된 실제 매체를 가리키면서 메모장이라는 기록 공간 자체가 작품의 의미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학교 컴퓨터에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내밀한 감정과 상상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열지 마세요’'''라는 금지의 의미가 구체화된다. 이를 통해 메모장은 단순한 기록 도구가 아니라 화자의 사적인 사랑과 상상이 담긴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