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해설 (비교)

r10 ➤ r11
1[[분류:문학]]
2[목차]
3
4== 개요 ==
5「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는 도승현이라는 인물의 이름과 모습을 세밀하게 감각하고, 그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독특한 언어와 환상적인 상상으로 형상화한 시이다.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나누어 발음하고 감각하는 데서 시작하여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 얼굴에서 비롯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을 확대하고, 마지막에는 다시 대상의 이름과 음절로 돌아온다.
6
7특히 대상의 이름을 ‘도. 승. 현.’과 같이 분절하여 제시하고, 이름의 발음을 ‘혀 끝’, ‘탄력감’, ‘파열음’ 등의 신체적·감각적 표현으로 구체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또한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을 활용하고, 현실에서 관찰한 대상의 모습을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8
9== 작품 정보 ==
10||<tablewidth=100%><width=140px> '''갈래''' || 현대시, 자유시, 서정시 ||
11|| '''성격''' || 감각적, 환상적, 유희적, 내밀적, 실험적 ||
12|| '''제재''' || 도승현과 그의 이름 ||
13|| '''주제''' ||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 ||
14|| '''특징''' ||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제시함.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매혹을 형상화함. 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에서 환상적인 상상을 이끌어 냄. 문자 표기의 의도적인 변형을 활용하여 시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냄. 현실적인 관찰에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을 확대하고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수렴하는 구조를 보임. ||
15
16== 원문 ==
17> 도승현
18>
19> 도승현의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았다.
20>
21> 도. 승. 현.
22>
23> 매 음절이 혀 끝에 맺힐 때마다 적당한 수준으로 느껴지는 탄력감.
24>
25> 특히 도의 발음에서 느껴지는 파열음는\은 나에게로 하여금 은근한 유혹읅 하는 것d\이다.
26>
27> 나는 사무치는 그의 유혹에서 적이 울적해져 있다가도,
28>
29> 다시 돌아서서는 그 초록 니트의 품으로 안긴다.
30>
31>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냄새가 은은히 나는 그의 품.
32>
33> 그의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을 눕혀 물을 부어본다면, 아마도, 작은 아쿠아리움 하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34>
35> 그리고 나는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에 금붕어를 풀어놔야지.
36>
37> 금붕어는 수풀이 우거진 그의 얼굴 못에서 자유로이 헤엄칠 것이다.
38>
39> 도승현
40> 도
41>
42> 도승현
43> 도
44> 도
45> .
46> .
47> .
48
49== 작품 해설 ==
50
51=== 1~3행 ===
52> __도승현__
53>
54> 도승현의 __이름__을 __가만히 불러보았다.__
55>
56> __도. 승. 현.__
57
58'''‘도승현’'''이라는 고유명사를 독립된 하나의 행으로 제시하여 작품의 중심 대상을 부각하고 있다. 대상에 대한 설명이나 화자의 감정을 먼저 제시하지 않고 이름 자체를 작품의 첫 행에 놓음으로써 화자의 관심이 도승현이라는 대상에게 집중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59
60특히 첫 행은 서술어 없이 이름만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대상의 이름 자체를 하나의 독립적인 표현으로 부각하는 효과를 지닌다. 작품의 출발점이 대상의 외모나 행동이 아니라 대상의 '''‘이름’'''이라는 점은 이 작품에서 이름과 그 소리가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 준다.
61
622행의 '''‘이름’'''에서는 화자의 관심이 도승현이라는 대상 자체에서 그 대상을 지칭하는 이름으로 옮겨 간다. 첫 행에서 한 사람으로서의 ‘도승현’을 제시하였다면, 2행에서는 그 사람의 ‘이름’ 자체를 별도로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63
64'''‘가만히’'''는 대상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보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이는 상대방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행위라기보다 화자가 스스로 대상의 이름을 되뇌며 음미하는 행위에 가깝다. 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내밀한 관심을 나타낸다.
65
66'''‘불러보았다’'''의 ‘-어 보다’는 어떤 행동을 직접 시도하거나 경험해 보는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화자는 대상의 이름을 단순히 알고 있거나 떠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발음해 보며 그 과정 자체를 경험하고 있다.
67
683행의 '''‘도. 승. 현.’'''에서는 하나의 고유명사를 세 개의 음절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있다. 각 음절 뒤에 마침표를 사용하여 이름을 끊어 읽게 함으로써 ‘도’, ‘승’, ‘현’이라는 각각의 음절을 부각한다.
69
70이때 마침표는 일반적인 문장의 끝을 나타내는 기능에만 머무르지 않고 하나로 이어져 있는 이름을 시각적·음성적으로 분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에 따라 ‘도승현’이라는 하나의 이름은 각각 독립적으로 의식할 수 있는 세 개의 음절로 나뉜다.
71
72따라서 1~3행에서는 화자의 관심이
73
74'''도승현이라는 대상 → 대상의 이름 → 이름을 구성하는 개별 음절'''
75
76로 점차 세분화되고 있다. 이를 통해 사랑하는 대상의 이름을 음절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음미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다.
77
78=== 4~5행 ===
79> __매 음절__이 __혀 끝에 맺힐 때마다__ __적당한 수준__으로 느껴지는 __탄력감.__
80>
81> __특히 도의 발음__에서 느껴지는 __파열음는\은__ 나에게로 하여금 __은근한 유혹읅__ 하는 __것d\이다.__
82
83'''‘매 음절’'''은 앞의 ‘도. 승. 현.’과 연결되는 표현으로, 대상의 이름을 구성하는 각각의 음절에 주목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앞에서 시각적으로 분절하여 제시한 이름을 이 부분에서는 화자가 직접 발음하며 감각하고 있다.
84
85'''‘혀 끝에 맺힐 때마다’'''에서는 청각적으로 인식되는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특히 ‘맺히다’를 통해 각각의 음절이 혀끝에서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는 것처럼 표현함으로써 대상의 이름을 세밀하게 음미하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86
87‘맺히다’는 본래 어떤 것이 한곳에 모여 구체적인 형태를 이루는 모습을 나타내는 말이다. 이를 이름의 소리에 적용함으로써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가 혀끝에 머무르는 것처럼 표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름은 단순히 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화자가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대상으로 제시된다.
88
89'''‘탄력감’'''은 주로 촉각과 관련된 표현으로, 이름을 발음하며 느끼는 감각을 촉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도승현의 이름이 화자에게 단순히 대상을 지칭하는 말이 아니라 직접 감각하고 음미하는 특별한 대상임을 보여 준다.
90
91또한 4행은 '''‘탄력감.’'''이라는 명사를 중심으로 끝난다. 화자가 느낀 감각을 완결된 서술문으로 설명하기보다 ‘탄력감’ 자체를 문장의 끝에 놓음으로써 이름을 발음하며 느낀 감각을 부각하고 있다.
92
93'''‘적당한 수준’'''은 감정이나 감각의 정도를 측정하듯 표현한 말이다. 대상에 대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감각을 분석적으로 제시함으로써 대상의 이름을 세밀하게 의식하는 화자의 태도를 나타낸다.
94
95따라서 ‘매 음절’, ‘탄력감’과 같은 표현에서는 사랑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고백하기보다 자신의 감각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듯한 어조가 나타난다. 그러나 분석의 대상이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이라는 점에서 '''분석적인 표현과 내밀한 감정이 함께 제시'''되고 있다.
96
975행의 '''‘특히’'''를 통해 ‘도’, ‘승’, ‘현’ 가운데 ‘도’의 발음을 부각하고 있다. 앞에서 모든 음절을 감각하였다면 여기에서는 그중에서도 하나의 음절을 선택하여 더욱 세밀하게 바라보고 있다.
98
99이에 따라 화자의 관심은
100
101'''도승현 → 도·승·현 → 도'''
102
103와 같이 더욱 작은 단위로 집중된다.
104
105'''‘파열음’'''은 ‘도’의 음성적 특징을 분석적으로 나타내는 표현이다. 화자는 이러한 발음의 특징을 '''‘은근한 유혹’'''으로 받아들이며, 대상의 이름을 구성하는 하나의 음절에서도 매혹을 느끼는 모습을 드러낸다.
106
107‘음절’, ‘파열음’과 같은 분석적인 어휘를 사랑의 감정과 결합한 것은 이 작품의 독특한 표현 방식이다. 화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예찬하기보다 대상의 이름을 발음할 때 나타나는 세부적인 특징까지 분석하면서 자신의 매혹을 드러내고 있다.
108
109'''‘은근한’'''은 유혹의 정도를 직접적으로 강조하기보다 절제하여 나타내는 표현이다. 이는 앞의 ‘가만히’, ‘적당한 수준’과 함께 감정과 감각의 강도를 낮추어 표현하면서도 대상의 작은 특징까지 세밀하게 의식하는 화자의 모습을 부각한다.
110
111'''‘나에게로 하여금’'''은 일상적인 대화에서는 다소 격식을 갖춘 문어적인 표현이다. 이러한 표현이 ‘유혹’이라는 감정적인 내용과 결합하면서 화자가 자신의 감정을 다소 분석적이고 진지한 방식으로 서술하는 독특한 어조를 형성한다.
112
113한편 '''‘파열음는\은’, ‘유혹읅’, ‘것d\이다’'''와 같은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은 문장을 자연스럽게 읽는 흐름을 끊고 문자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114
115특히 '''‘파열음’'''이 제시되는 부분에서 문자 표기 역시 정상적인 문장의 형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시어가 나타내는 ‘파열’의 의미를 문자 표기의 변형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부각하고 있다.
116
117또한 앞에서 화자가 ‘도승현’이라는 이름을 음절 단위로 나누어 세밀하게 바라보았던 것처럼 이러한 문자 표기의 변형은 독자 역시 문장을 의미 단위로만 읽지 않고 개별적인 문자와 표기에 주목하게 한다.
118
119이를 통해 '''화자가 이름을 구성하는 음절에 주목하는 방식과 독자가 작품을 구성하는 문자에 주목하게 되는 방식'''이 서로 연결되고 있다.
120
121=== 6~8행 ===
122> 나는 __사무치는 그의 유혹__에서 __적이 울적해져 있다가도,__
123>
124> __다시 돌아서서는__ 그 __초록 니트의 품__으로 __안긴다.__
125>
126> __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냄새__가 __은은히__ 나는 __그의 품.__
127
128'''‘사무치는 그의 유혹’'''은 앞의 ‘은근한 유혹’과 연결된다.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유혹은 ‘은근한’ 것으로 제시되지만, 화자는 이를 ‘사무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129
130'''‘은근한’'''이 대상에게서 느껴지는 자극의 정도를 낮추어 나타낸다면 '''‘사무치는’'''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화자의 감정이 깊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를 통해 대상의 작은 특징도 화자에게는 깊은 정서적 반응을 일으킨다는 점을 보여 준다.
131
132'''‘적이 울적해져’'''에서는 대상과 관련하여 화자가 느끼는 정서가 직접적으로 나타난다. 앞에서 이름의 음절과 발음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났던 화자의 감정이 이 부분에서는 ‘울적하다’라는 정서 표현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
133
134작품에서는 화자가 울적해진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특정한 상황과 연결하기보다 대상의 유혹에 깊은 영향을 받는 화자의 정서 상태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다.
135
136'''‘-다가도’'''는 화자의 정서가 울적한 상태에 계속 머무르지 않고 변화함을 나타낸다. 이어지는 '''‘다시’'''를 통해 화자의 관심과 행동이 결국 대상에게 다시 향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37
138특히 '''‘다시 돌아서서는’'''은 대상에게 되돌아가는 움직임을 나타낸다. 화자가 대상의 유혹으로 인해 울적해지면서도 결국 다시 대상의 품으로 향한다는 점에서 대상에게 지속적으로 이끌리는 화자의 태도를 드러낸다.
139
140'''‘그 초록 니트의 품’'''에서는 화자의 관심이 이름과 발음에서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으로 확대된다. ‘초록 니트’는 색채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의 모습을 구체화하며, 화자가 대상의 일상적인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141
142또한 추상적인 사랑의 대상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실제로 입고 있는 옷의 색깔을 제시함으로써 도승현을 구체적인 일상 속 인물로 형상화하고 있다.
143
144'''‘안긴다’'''에서는 대상의 품에 자신을 맡기는 화자의 모습을 통해 대상에게 이끌리는 태도를 드러낸다. 앞에서 대상의 ‘유혹’에 영향을 받던 화자의 모습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145
1468행의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는 대상의 일상적인 습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표현이다. 단순히 ‘향수 냄새’라고 하지 않고 대상이 향수를 사용하는 상황까지 한정하여 제시함으로써 화자가 대상의 사소한 습관까지 세밀하게 알고 있음을 보여 준다.
147
148이는 작품에서 대상에 대한 사랑이 추상적인 감정의 진술보다 '''대상의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특징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 준다.
149
150'''‘향수 냄새가 은은히 나는’'''에서는 후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감각을 구체화하고 있다.
151
152또한 '''‘은은히’'''는 감각의 정도를 절제하여 나타내는 표현으로, 앞에서 제시된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와 연결된다. 이러한 표현들은 화자의 감정과 감각을 직접적으로 과장하기보다 그 강도를 낮추어 제시하는 공통점을 지닌다.
153
1547행과 8행에서는 '''‘품’'''이 반복된다. 7행에서는 화자가 안기는 공간으로, 8행에서는 향수 냄새가 나는 공간으로 제시하여 대상의 품을 신체적·후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155
156특히 8행은 '''‘그의 품.’'''이라는 명사구를 중심으로 마무리된다. 앞의 '''‘탄력감.’'''과 마찬가지로 화자가 특별하게 의식하는 대상이나 감각을 문장의 끝에 놓음으로써 이를 부각하는 효과를 지닌다.
157
158따라서
159
160'''‘탄력감.’ → 화자가 이름에서 느끼는 감각'''
161
162'''‘그의 품.’ → 화자가 대상에게서 느끼는 구체적인 공간과 감각'''
163
164이라는 대응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165
166이 부분에서는 감각의 범위 역시 확대된다. 앞에서는 이름의 소리와 혀끝의 감각에 집중하였다면 여기에서는 '''초록색의 시각적 이미지, 품에 안기는 신체적 감각, 향수 냄새의 후각적 이미지'''가 함께 나타난다.
167
168따라서 화자의 관심은 '''이름과 발음에서 대상의 옷, 품, 향기와 같은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도승현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169
170=== 9행 ===
171> 그의 __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__을 __눕혀 물을 부어본다면__, __아마도__, __작은 아쿠아리움__ 하나를 __만들 수 있지 않을까.__
172
173'''‘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은 대상의 구체적인 외양을 나타낸다. 화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제시하지 않고 대상의 독특한 생김새를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174
175특히 '''‘기울어지고 찌그러진’'''이라는 표현은 일반적으로 아름다움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표현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화자는 이러한 특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상상을 만들어 내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176
177따라서 이 작품에서 대상에 대한 사랑은 대상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꾸미는 방식보다 '''대상의 사소하고 독특한 특징까지 관심 있게 바라보고 그 특징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178
179이 부분에서도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이 나타난다. 앞의 ‘파열음’에서 문자 표기가 흐트러졌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에서는 대상의 기울고 찌그러진 모습을 문자 표기의 변형을 통해 시각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180
1814~5행에서 문자 표기의 변형이 '''‘파열음’'''이라는 소리의 성질과 연결되었다면 여기에서는 '''‘기울어지고 찌그러진’'''이라는 형태의 변형과 연결된다. 따라서 문자 표기의 변형이 서로 다른 시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표현 장치로 반복되고 있다.
182
183'''‘얼굴을 눕혀 물을 부어본다면’'''에서는 대상의 얼굴을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하여 상상하고 있다. ‘-ㄴ다면’이라는 가정의 표현을 사용하여 현실적인 대상의 관찰에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을 전환하고 있다.
184
185앞부분에서 화자는 대상의 이름, 옷, 향수, 얼굴과 같이 실제로 관찰하거나 감각할 수 있는 특징에 주목하였다. 그러나 이 부분부터는 현실에서 관찰한 대상의 특징을 바탕으로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공간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186
187화자는 대상의 기울고 찌그러진 얼굴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형태를 연상하고 이를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구체화한다.
188
189이에 따라
190
191'''대상의 얼굴 →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 → 작은 아쿠아리움'''
192
193으로 이미지가 변화하고 있다.
194
195이러한 상상은 현실의 대상과 완전히 단절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구체적인 외양에서 출발'''한다. 즉 현실의 세밀한 관찰이 환상적인 상상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196
197'''‘아마도’'''와 '''‘~지 않을까’'''는 화자의 상상을 조심스럽게 추측하는 방식으로 제시하는 표현이다. 대상의 얼굴에 물을 부어 아쿠아리움을 만든다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절제되고 조심스러운 어조로 제시하여 유희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198
199특히 '''‘아마도’'''의 앞뒤에 쉼표를 사용하여 해당 표현을 문장 안에서 따로 떼어 놓고 있다. 이를 통해 화자가 자신의 상상을 잠시 생각해 보는 듯한 말의 흐름을 형성한다.
200
201앞의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 ‘은은히’에 이어 이 부분에서도 '''‘아마도’, ‘작은’'''과 같이 표현의 강도를 낮추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202
203그러나 이와 달리 화자의 상상은 대상의 얼굴을 하나의 수중 공간으로 변화시킬 정도로 과감하게 확대되고 있다. 이를 통해 '''절제된 어조와 과감한 상상의 대비'''가 나타나며, 이러한 대비는 작품의 유희적인 성격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204
205=== 10~11행 ===
206> 그리고 __나는__ __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__에 __금붕어를 풀어놔야지.__
207>
208> 금붕어는 __수풀이 우거진__ __그의 얼굴 못__에서 __자유로이 헤엄칠 것이다.__
209
210'''‘그리고 나는’'''에서는 화자가 행동의 주체로 부각된다. 앞에서는 주로 대상의 이름과 모습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유혹에 영향을 받는 화자의 모습이 나타났다면 여기에서는 화자가 대상의 얼굴에서 비롯된 상상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211
212앞부분에서 화자는
213
214'''유혹을 느낌 → 울적해짐 → 다시 대상에게 돌아감 → 대상의 품에 안김'''
215
216과 같이 주로 대상에게 영향을 받는 모습을 보인다.
217
218그러나 이 부분에서는
219
220'''아쿠아리움을 상상함 → 금붕어를 풀어놓으려 함 → 얼굴을 하나의 못으로 재구성함'''
221
222과 같이 화자가 자신의 상상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223
224이를 통해 '''대상에게 이끌리는 화자에서 대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상상을 펼치는 화자로 태도가 변화'''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25
226'''‘나만의’'''는 화자가 상상한 아쿠아리움의 사적인 성격을 부각한다. 앞에서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제시되었던 공간이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구체화되면서 대상에 대한 화자의 내밀한 상상을 드러내고 있다.
227
228'''‘금붕어를 풀어놔야지’'''는 구어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화자가 자신의 상상 속에서 앞으로 할 일을 자연스럽게 계획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229
230앞에서 ‘나에게로 하여금’과 같은 다소 격식을 갖춘 문어적인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여기에서는 '''‘풀어놔야지’'''라는 일상적인 구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성격이 다른 표현을 한 작품 안에 함께 사용함으로써 독특하고 유희적인 어조를 형성하고 있다.
231
232또한 앞의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에서 상상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시하였다면 '''‘풀어놔야지’'''에서는 화자가 직접 행동하려는 의지를 드러낸다. 이를 통해 화자의 상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33
23411행에서는 앞에서 제시된 '''‘금붕어’'''가 문장의 주어로 다시 나타난다. 금붕어를 풀어놓겠다는 화자의 생각이 금붕어가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235
236'''‘수풀이 우거진’'''은 화자가 상상한 공간에 자연적인 이미지를 부여한다. 여기에서 나타나는 녹색의 자연적 이미지는 앞에서 제시된 '''‘초록 니트’'''와 시각적으로 연결해 읽을 수 있다.
237
238앞에서 현실의 대상이 입고 있던 ‘초록 니트’의 색채 이미지가 이 부분에서는 ‘수풀이 우거진’ 공간의 자연적 이미지로 확대되면서 '''현실에서 관찰한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이 환상적인 상상 속 이미지로 변형'''되고 있다.
239
240앞에서 '''‘아쿠아리움’'''으로 제시되었던 공간은 이 부분에서 '''‘얼굴 못’'''으로 변화한다. 인공적인 수조를 의미하는 ‘아쿠아리움’에서 자연적인 공간인 ‘못’으로 이미지가 변화하면서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상상이 하나의 자연적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241
242따라서 화자의 상상은
243
244'''얼굴 → 작은 아쿠아리움 →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
245
246으로 점차 확대되고 구체화된다.
247
248'''‘얼굴 못’'''은 대상의 얼굴과 화자가 상상한 공간을 결합한 표현이다. 앞에서는 얼굴에 물을 부어 아쿠아리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면 여기에서는 대상의 얼굴 자체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못’으로 제시하고 있다.
249
250즉 처음에는 '''‘얼굴에 물을 부으면 아쿠아리움을 만들 수 있다’'''는 가정의 형태였던 상상이 이 부분에서는 '''‘그의 얼굴 못’'''이라는 하나의 명칭으로 제시된다. 이를 통해 화자가 상상한 공간이 더욱 구체적인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다.
251
252'''‘자유로이’'''는 화자가 상상한 공간 속에서 금붕어가 제약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를 통해 정지된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상상이 금붕어가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장면으로 변화하고 있다.
253
254'''‘자유로이 헤엄칠 것이다’'''에서는 앞의 가정이나 의지의 표현과 달리 상상한 장면을 보다 단정적인 방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255
256앞의 표현들과 함께 살펴보면
257
258'''‘만들 수 있지 않을까’ → ‘풀어놔야지’ → ‘헤엄칠 것이다’'''
259
260로 서술 방식이 변화한다.
261
262이를 통해 처음에는 가능성으로 제시되었던 상상이 화자의 의지를 거쳐 하나의 구체적인 장면으로 형상화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263
264=== 12~19행 ===
265> __도승현__
266> __도__
267>
268> __도승현__
269> __도__
270> __도__
271> __.__
272> __.__
273> __.__
274
27511행까지 확대되었던 환상적인 상상은 12행에서 사라지고, 작품은 다시 '''‘도승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에서 시작된 화자의 감각과 상상이 다시 그 출발점인 대상에게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276
27712행의 '''‘도승현’'''은 작품의 첫 행에 제시된 이름을 반복한 것이다. 첫 행에서는 작품의 중심 대상을 처음 제시하였다면 이 부분에서는 앞에서 전개된 다양한 감각과 상상을 거친 뒤 대상의 이름을 다시 제시하고 있다.
278
279따라서 첫 행의 ‘도승현’과 후반부의 ‘도승현’은 형태는 같지만 작품의 시상 전개에서 담당하는 기능에는 차이가 있다.
280
281첫 행의 ‘도승현’이 '''시상의 출발점'''이라면 후반부의 ‘도승현’은 앞에서 확대된 감각과 상상을 다시 대상에게 모으는 '''시상의 귀결점'''으로 기능한다.
282
283이를 통해 작품의 처음과 끝이 서로 호응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284
28513행에서는 완전한 이름인 ‘도승현’에서 '''‘도’'''라는 하나의 음절만을 제시한다. 이 ‘도’는 앞에서 화자가 '''‘특히 도의 발음’'''이라고 하며 특별히 주목했던 음절이다.
286
287따라서 작품의 마지막에서 ‘도’를 다시 제시함으로써 화자가 대상의 이름 가운데 특히 매혹을 느꼈던 음절을 다시 부각하고 있다. 작품의 앞부분에서 제시된 음성적 관심이 마지막의 형식과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288
28914~16행에서는 '''‘도승현 → 도 → 도’'''가 다시 제시된다. 대상의 이름과 ‘도’라는 음절을 반복함으로써 작품의 마지막에서 화자의 관심을 다시 대상의 이름에 집중시키고 있다.
290
291또한 앞부분에서는 자신의 감각과 상상을 여러 문장을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지만 이 부분에서는 그러한 설명이 사라지고 '''대상의 이름과 하나의 음절만을 반복'''하고 있다.
292
293따라서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화자의 감정을 설명하는 문장이 점차 사라지고 대상의 이름 자체만 남는다. 이를 통해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감정을 이름의 반복으로 집약하여 드러내고 있다.
294
29517~19행에서는 ‘도’라는 음절도 사라지고 '''마침표만을 독립된 행으로 제시'''하고 있다.
296
297이에 따라 작품의 언어는
298
299'''도승현 → 도 → .'''
300
301와 같이 완전한 이름에서 하나의 음절로, 다시 문장 부호로 점차 축소된다.
302
303마지막의 마침표는 앞의 '''‘도. 승. 현.’'''에서 사용된 마침표와도 연결된다. 앞에서는 하나의 이름을 각각의 음절로 분절하는 기능을 하였던 마침표가 마지막에는 음절 없이 독립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304
305따라서 작품 초반에서 '''이름을 나누기 위해 사용되었던 마침표가 마지막에서는 그 자체로 하나의 행을 이루게 된다.''' 이를 통해 이름이 점차 작은 언어 단위로 축소되는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 준다.
306
307마지막의 마침표를 특정한 감정의 소멸과 직접 연결하기보다는 작품 전체에서 지속된 '''이름의 분절과 언어 단위의 축소가 가장 작은 단위에 이른 모습'''으로 이해할 수 있다.
308
309한편 작품의 중간에서는 대상의 얼굴에서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으로 화자의 상상이 계속 확대되었다. 이와 달리 마지막에서는 ‘도승현’이라는 이름이 ‘도’와 마침표로 점차 축소된다.
310
311즉 작품에는 서로 반대되는 두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312
313'''상상의 측면: 얼굴 → 아쿠아리움 → 얼굴 못으로 확대'''
314
315'''언어의 측면: 도승현 → 도 → 마침표로 축소'''
316
317따라서 작품에는 '''상상의 확대와 언어 단위의 축소'''가 함께 나타난다.
318
319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에서 시작된 상상은 하나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확대되지만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다시 대상의 이름과 하나의 음절, 문장 부호로 수렴한다.
320
321이를 통해 작품에서 제시된 다양한 감각과 환상적인 상상이 모두 도승현이라는 하나의 대상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에서 비롯된 것임을 드러내고 있다.
322
323== 시상 전개 ==
324이 작품은 '''대상의 이름을 부르고 이를 음절 단위로 분절하는 데서 시작하여,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감각하고,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관심을 확대하며, 대상의 얼굴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뒤 다시 대상의 이름과 음절로 돌아오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다.
325
326||<tablewidth=100%><width=150px> '''부분''' || '''시상의 전개''' ||
327|| '''1~3행''' || 도승현의 이름을 부르고 이를 음절 단위로 분절함. ||
328|| '''4~5행''' || 이름의 각 음절을 신체적으로 감각하고 특히 ‘도’의 발음에서 매혹을 느낌. ||
329|| '''6~8행''' || 이름에서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화자의 관심이 확대됨. ||
330|| '''9행''' || 대상의 얼굴에서 아쿠아리움을 연상하며 현실적인 관찰에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이 전환됨. ||
331|| '''10~11행''' || 대상의 얼굴을 ‘얼굴 못’으로 변화시키며 환상적인 상상을 확대하고 구체화함. ||
332|| '''12~19행''' || 환상적인 상상에서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돌아오고, 이름을 음절과 문장 부호의 단위로 축소하여 제시함. ||
333
334이를 통해
335
336'''대상의 이름 → 이름의 소리 →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 → 환상적인 공간 → 대상의 이름과 음절'''
337
338로 이어지는 시상의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339
340또한 작품의 전반부에서는 화자가 대상에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화자는 대상의 발음에서 ‘유혹’을 느끼고, 이로 인해 ‘울적해’지며, 다시 대상의 품으로 ‘안긴다’.
341
342반면 후반부에서는 화자가 대상의 얼굴에서 ‘아쿠아리움’을 상상하고 금붕어를 풀어놓으며 ‘얼굴 못’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343
344따라서 화자의 태도는
345
346'''대상에게 이끌리고 영향을 받음 → 대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상상을 적극적으로 펼침'''
347
348으로 변화한다.
349
350이러한 변화는 대상에 대한 화자의 매혹이 단순히 수동적인 감정에 머무르지 않고 대상을 새로운 이미지와 공간으로 재구성하는 상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351
352== 주요 시어의 관계 ==
353작품의 주요 시어들은 서로 독립적으로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계열을 형성하며 작품의 시상 전개와 주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354
355||<tablewidth=100%><width=150px> '''시어의 계열''' || '''관련 시어''' || '''기능''' ||
356|| '''이름과 언어''' || ‘도승현’, ‘도. 승. 현.’, ‘매 음절’, ‘도의 발음’, ‘도’, ‘.’ || 대상의 이름을 점차 세분화하여 제시하고, 마지막에는 이름을 음절과 문장 부호의 단위로 축소함. ||
357|| '''감각''' || ‘혀 끝’, ‘탄력감’, ‘초록 니트’, ‘품’, ‘향수 냄새’ || 이름과 대상에 대한 화자의 관심을 다양한 신체적·감각적 경험으로 구체화함. ||
358|| '''공간''' || ‘얼굴’, ‘작은 아쿠아리움’,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 || 현실의 대상에서 출발한 화자의 상상이 하나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보여 줌. ||
359|| '''절제된 표현''' ||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 ‘은은히’, ‘아마도’, ‘작은’ || 감정과 감각의 정도를 낮추어 표현하여 과감한 상상과 대비되는 절제된 어조를 형성함. ||
360|| '''대상에 대한 구체적 관찰''' ||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 || 대상의 일상적이고 사소한 특징까지 세밀하게 바라보는 화자의 관심을 드러냄. ||
361|| '''상상의 공간''' || ‘작은 아쿠아리움’,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 ||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상상을 점차 확대하고 구체화함. ||
362|| '''서술 방식''' ||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풀어놔야지’, ‘헤엄칠 것이다’ || 가능성의 제시에서 의지, 구체적인 장면의 제시로 상상이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 줌. ||
363
364특히 '''이름과 언어의 계열'''과 '''공간의 계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365
366이름은
367
368'''도승현 → 도. 승. 현. → 도 → .'''
369
370와 같이 점차 작은 단위로 나뉘는 반면, 공간은
371
372'''얼굴 → 작은 아쿠아리움 →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 얼굴 못'''
373
374으로 확대된다.
375
376따라서 '''언어는 점차 축소되고 상상은 점차 확대되는 구조'''가 작품의 중요한 특징으로 나타난다.
377
378== 표현상의 특징 ==
379'''첫째,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세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도승현’을 ‘도. 승. 현.’으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다시 ‘매 음절’과 ‘특히 도의 발음’에 주목함으로써 대상의 이름을 음절 하나하나까지 세밀하게 감각하는 화자의 태도를 형상화하고 있다.
380
381'''둘째,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인 감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혀 끝에 맺힐 때마다’, ‘탄력감’ 등의 표현을 통해 청각적으로 인식되는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느낄 수 있는 대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 자체에서 매혹을 느끼는 화자의 모습을 드러낸다.
382
383'''셋째,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형상화하고 있다.''' ‘초록 니트’의 시각적 이미지, ‘탄력감’과 ‘안긴다’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감각, ‘향수 냄새’의 후각적 이미지를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관심을 감각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384
385'''넷째, 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에서 환상적인 상상을 이끌어 내고 있다.'''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연상하고 이를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으로 변화시킴으로써 현실적인 대상의 모습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386
387'''다섯째, 문자 표기의 의도적인 변형을 활용하여 시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파열음’과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이 제시되는 부분에서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형태를 사용하여 문자 자체에 주목하게 한다. 이를 통해 시어가 나타내는 의미를 문자 표기의 변형을 통해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388
389'''여섯째, 절제된 어조와 과감한 상상을 대비하여 유희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가만히’, ‘적당한 수준’, ‘은근한’, ‘적이’, ‘은은히’, ‘아마도’, ‘작은’과 같이 표현의 강도를 낮추는 말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한편, 대상의 얼굴에 물을 부어 아쿠아리움을 만들고 금붕어를 풀어놓는 비현실적인 상상을 제시하고 있다.
390
391'''일곱째, 성격이 다른 어휘와 표현을 함께 사용하여 독특한 어조를 형성하고 있다.''' ‘음절’, ‘파열음’과 같은 분석적인 어휘, ‘사무치는’, ‘은은히’, ‘자유로이’와 같은 서정적인 표현,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와 같은 일상적인 표현, ‘풀어놔야지’와 같은 구어적인 표현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392
393'''여덟째, 서술 방식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상상이 점차 구체화되는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 ‘만들 수 있지 않을까’에서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풀어놔야지’에서는 화자의 의지를 드러내며, ‘헤엄칠 것이다’에서는 상상한 장면을 보다 단정적인 방식으로 제시한다.
394
395'''아홉째, 상상의 확대와 언어 단위의 축소를 통해 작품의 구조적인 특징을 형성하고 있다.'''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상상은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확대되는 반면, 마지막에서는 ‘도승현’이 ‘도’와 마침표로 축소된다. 이를 통해 크게 확대된 화자의 상상이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396
397'''열째, 서술어 없이 명사구를 독립된 문장처럼 제시하여 화자가 주목하는 감각과 대상을 부각하고 있다.''' ‘적당한 수준으로 느껴지는 탄력감.’과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냄새가 은은히 나는 그의 품.’에서는 각각 ‘탄력감’과 ‘그의 품’을 중심으로 문장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름을 발음하며 느끼는 감각과 대상의 품에 대한 화자의 인상을 강조하고 있다.
398
399'''열한째, 반복되는 시어를 통해 작품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연결하고 있다.''' 첫 행의 ‘도승현’은 작품 후반부에서 다시 반복되고, 앞에서 특별히 주목한 ‘도’ 역시 마지막에 반복된다. 또한 ‘도. 승. 현.’에서 이름을 분절하던 마침표가 작품의 마지막에는 독립된 행으로 제시된다.
400
401'''열두째, 현실에서 관찰한 구체적인 특징을 환상적인 이미지로 변형하고 있다.''' 대상의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은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변화하며, 앞에서 제시된 ‘초록 니트’의 색채 이미지는 뒤의 ‘수풀이 우거진’ 자연적 이미지를 연상하게 한다. 이를 통해 현실적인 관찰과 환상적인 상상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402
403'''열셋째, 사랑의 대상을 이상적으로 미화하기보다 일상적이고 독특한 특징을 구체적으로 포착하고 있다.''' 화자는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과 같이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한다. 특히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은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지지 않고 새로운 상상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대상의 사소한 특징까지 관심 있게 바라보는 화자의 애정 어린 태도를 드러낸다.
404
405'''열넷째, 화자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고백하기보다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과 감각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작품에서는 ‘사랑한다’와 같은 직접적인 고백보다 대상의 이름을 반복하여 발음하고, 옷과 향수 냄새를 기억하며, 얼굴의 특징에서 새로운 공간을 상상하는 모습이 중심적으로 제시된다. 이를 통해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구체적인 행동과 감각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
406
407'''열다섯째, 작품의 처음과 끝을 대상의 이름으로 연결하고 있다.''' 작품은 ‘도승현’이라는 이름에서 시작하여 환상적인 상상을 거친 뒤 다시 ‘도승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온다. 이를 통해 작품의 다양한 감각과 상상이 결국 하나의 대상에게서 출발하여 다시 그 대상에게 수렴하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408
409== 작품의 이해 ==
410
411=== 대상에 대한 매혹과 언어의 분절 ===
412이 작품에서 화자는 도승현에 대한 감정을 직접적인 사랑의 고백으로 제시하기보다 대상의 이름을 끊임없이 세분화하고 분석하는 방식으로 드러낸다.
413
414처음에는 완전한 고유명사인 ‘도승현’을 제시하지만 곧 이를 ‘도. 승. 현.’으로 분절하고, 이어 ‘매 음절’에 주목하며, 그중에서도 ‘특히 도의 발음’을 선택하여 분석한다.
415
416따라서 화자의 관심은
417
418'''대상 → 이름 → 음절 → 특정 음절의 발음'''
419
420으로 점차 세밀해진다.
421
422그런데 화자가 이름을 더욱 세밀하게 분석할수록 작품의 언어 역시 안정된 형태에 머무르지 않는다. ‘파열음는\은’, ‘유혹읅’, ‘것d\이다’와 같이 문자 표기가 흐트러지고, 작품의 마지막에는 완전한 문장마저 사라진 채 ‘도승현’, ‘도’, 마침표만 남는다.
423
424이에 따라 작품에는 '''대상을 언어로 세밀하게 붙잡으려는 화자의 태도와 그 과정에서 언어가 점차 작은 단위로 분절되는 모습'''이 함께 나타난다.
425
426화자는 대상의 이름을 더 정확하고 세밀하게 감각하려 하지만, 작품의 언어는 오히려
427
428'''완전한 이름 → 음절 → 문자 표기의 변형 → 하나의 음절 → 문장 부호'''
429
430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431
432이는 도승현에 대한 화자의 매혹이 언어의 의미뿐 아니라 말소리와 문자 자체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 준다.
433
434=== ‘나만의’과 ‘자유로이’ ===
43510~11행에서는 '''‘나만의’'''과 '''‘자유로이’'''라는 서로 다른 방향의 의미를 지닌 표현이 함께 나타난다.
436
437화자는 대상의 얼굴에서 비롯된 공간을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이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화자의 상상이 매우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임을 드러낸다.
438
439그러나 그 공간에 놓인 금붕어는 '''‘자유로이’''' 헤엄친다.
440
441따라서 화자가 만들어 낸 공간은 ‘나만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 안의 존재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공간이다.
442
443이를 단순히 대상에 대한 소유의 의미로 한정하기보다는, '''대상을 자신의 내밀한 상상 속 공간으로 끌어들이면서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동감 있는 세계를 만들어 내는 화자의 상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444
445한편 금붕어가 ‘그의 얼굴 못’에서 ‘자유로이’ 헤엄친다는 점에서, 도승현을 향해 자유롭게 나아가고자 하는 화자의 마음이 금붕어의 움직임에 투영되어 있다고 읽을 여지도 있다. 다만 작품에서 화자와 금붕어를 직접적으로 동일시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이를 고정된 상징으로 단정하기보다 작품에서 확장할 수 있는 하나의 해석으로 이해할 수 있다.
446
447=== 현실의 관찰과 환상적 공간의 형성 ===
448이 작품의 환상적인 상상은 현실과 단절된 상태에서 갑자기 등장하지 않는다.
449
450화자는 먼저 대상의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과 같은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특징을 관찰한다.
451
452특히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이라는 현실적인 외양이 '''물을 담을 수 있는 형태'''라는 상상을 거쳐 ‘작은 아쿠아리움’으로 변화한다.
453
454이후 화자는 그곳에 금붕어를 풀어놓고, 아쿠아리움은 다시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이라는 자연적 공간으로 확대된다.
455
456따라서 작품의 환상은
457
458'''현실의 세밀한 관찰 → 대상의 형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 → 공간에 대한 상상 → 환상적인 세계의 형성'''
459
460이라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461
462이는 화자가 사랑하는 대상을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대상의 실제적이고 사소한 특징을 세밀하게 관찰한 뒤 그것을 자신만의 상상으로 확대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463
464=== 대상에게 이끌리는 화자와 상상을 만들어 내는 화자 ===
465작품의 앞부분과 뒷부분에서는 대상과 화자 사이의 관계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타난다.
466
467앞부분에서 화자는 ‘도의 발음’에서 ‘유혹’을 느끼고, 그 유혹으로 인해 ‘울적해’지며, 다시 대상의 품으로 ‘안긴다’.
468
469즉 대상이 화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방향이 두드러진다.
470
471그러나 9행 이후에는 화자가 대상의 얼굴에서 아쿠아리움을 상상하고, 금붕어를 풀어놓으며, ‘얼굴 못’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472
473이 부분에서는 화자가 대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방향이 두드러진다.
474
475따라서 작품의 화자는
476
477'''대상에게 이끌리는 존재 → 대상을 바탕으로 자신의 상상 세계를 만들어 내는 존재'''
478
479로 변화한다.
480
481이를 통해 대상에 대한 매혹이 단순한 정서적 반응에서 화자의 적극적인 상상 행위로 확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482
483=== 처음의 ‘도승현’과 마지막의 ‘도승현’ ===
484작품의 첫 행과 12행에는 동일하게 '''‘도승현’'''이라는 이름이 제시된다.
485
486그러나 두 표현은 작품의 시상 전개에서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한다.
487
488첫 행의 ‘도승현’은 아직 어떠한 설명이나 감각도 덧붙지 않은 상태에서 작품의 중심 대상을 제시하는 '''출발점'''이다.
489
490반면 후반부의 ‘도승현’에는 이미 앞에서 제시된 ‘혀 끝’, ‘탄력감’, ‘파열음’, ‘유혹’, ‘초록 니트’, ‘향수 냄새’, ‘품’, ‘아쿠아리움’, ‘얼굴 못’ 등의 감각과 상상이 축적되어 있다.
491
492따라서 같은 이름이 반복되더라도 작품의 처음과 끝에서 독자가 받아들이는 의미에는 차이가 생긴다.
493
494처음의 ‘도승현’이 '''앞으로 감각하고 상상하게 될 대상의 이름'''이라면, 후반부의 ‘도승현’은 '''앞에서 펼쳐진 모든 감각과 상상을 다시 하나의 대상으로 모으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495
496=== 상상의 확대와 언어의 축소 ===
497작품의 중간과 마지막에는 서로 반대되는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난다.
498
499화자의 상상은
500
501'''얼굴 → 작은 아쿠아리움 →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
502
503으로 점차 확대된다.
504
505반면 작품의 언어는 마지막에
506
507'''도승현 → 도 → .'''
508
509로 점차 축소된다.
510
511즉 '''상상 속 공간은 커지고 구체화되는 반면,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는 점차 작은 단위로 줄어든다.'''
512
513이러한 구조를 통해 작품의 중간에서 크게 펼쳐진 화자의 상상이 마지막에는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514
515또한 마지막에 남는 ‘도’는 임의의 음절이 아니라 앞에서 화자가 ‘특히 도의 발음’이라고 하며 특별히 매혹을 느꼈던 음절이다. 따라서 작품의 마지막은 단순히 언어가 무작위로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화자가 특별히 주목한 언어적 요소로 되돌아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516
517== 제목의 의미 ==
518제목인 '''「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는 작품이 실제 메모장에 작성되었다는 점과 직접적으로 관련된다.
519
520제목의 '''‘이’'''는 작품이 기록되어 있는 구체적인 메모장을 가리키는 지시 표현이다. 따라서 제목의 ‘메모장’은 작품 속에서 설정된 추상적인 공간이 아니라 작품이 실제로 기록되어 있는 매체와 직접 연결된다.
521
522'''‘열지 마세요’'''는 다른 사람이 메모장을 열어 보는 것을 금지하는 표현이다. 제목만 보면 화자는 자신의 기록이 다른 사람에게 읽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523
524그러나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해당 메모장을 실제로 열어야 한다. 따라서 '''‘열지 마세요’라는 금지와 실제로 메모장을 열어 작품을 읽는 행위 사이에 긴장'''이 형성된다.
525
526메모장 안에는 도승현의 이름을 혼자 불러 보며 느끼는 감각, 대상의 옷과 향수 냄새, 품과 얼굴에 대한 세밀한 관찰, 대상의 얼굴을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변화시키는 화자의 상상이 기록되어 있다.
527
528따라서 '''‘열지 마세요’'''라는 금지의 표현은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감정과 상상이 다른 사람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기를 바라는 '''내밀하고 사적인 성격'''을 부각한다.
529
530또한 본문의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은 제목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 있다. 제목에서는 다른 사람이 메모장에 접근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본문에서는 화자가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531
532따라서 실제 기록 공간인 '''‘이 메모장’'''과 화자가 상상한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은 모두 화자의 개인적인 감정과 상상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533
534작품에서 나타나는 문자 표기의 의도적인 변형 역시 메모장이라는 기록 매체의 성격과 관련된다. 작품은 완성된 문장의 의미만을 보여 주는 것이 아니라 문자를 직접 입력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듯한 표기의 흔적까지 표현의 일부로 활용하고 있다.
535
536특히 ‘파열음는\은’, ‘유혹읅’, ‘것d\이다’, ‘기울어지교ㅗ’와 같은 표현은 컴퓨터 메모장에 직접 입력된 문자라는 작품의 매체적 특징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537
538또한 독자는 제목의 명령을 그대로 따를 경우 작품을 읽을 수 없고,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제목의 명령과 반대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제목은 작품을 읽는 행위 자체를 작품의 의미와 연결한다.
539
540따라서 제목은 '''작품이 기록된 실제 메모장을 가리키는 동시에,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적인 감정과 상상의 내밀성을 부각하고, 작품을 읽는 행위와 금지의 명령 사이에 긴장을 형성'''하고 있다.
541
542== 작품 해제 ==
543이 작품은 화자가 도승현의 이름을 부르고 이를 음절 단위로 나누어 감각하는 데서 시작하여,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관심을 확대하고, 대상의 얼굴을 환상적인 공간으로 재구성한 뒤 다시 대상의 이름과 음절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544
545화자는 ‘도승현’이라는 이름을 ‘도. 승. 현.’으로 분절하고 ‘혀 끝에 맺힐 때마다’, ‘탄력감’, ‘파열음’ 등의 표현을 통해 이름의 소리를 신체적으로 감각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특히 ‘도’의 발음에서 ‘은근한 유혹’을 느낀다고 표현하여 대상의 이름 자체에 대한 매혹을 형상화하고 있다.
546
547이때 화자는 사랑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고백하기보다 ‘음절’, ‘탄력감’, ‘파열음’과 같은 분석적인 어휘를 사용하여 자신이 대상의 이름에서 느끼는 감각을 세밀하게 설명한다. 이를 통해 '''사랑의 감정과 분석적인 언어가 결합된 독특한 어조'''를 형성하고 있다.
548
549이후 ‘초록 니트’, ‘품’,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등을 통해 화자의 관심을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으로 확대한다. 특히 대상이 향수를 사용하는 구체적인 상황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상의 일상적인 모습과 습관까지 관심 있게 바라보는 화자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550
551화자는 사랑하는 대상을 이상적인 모습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과 같이 대상의 일상적이고 구체적인 특징을 포착한다.
552
553특히 ‘기울어지고 찌그러진 얼굴’은 부정적인 평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이라는 환상적인 상상의 출발점이 된다. 이를 통해 대상의 사소하고 독특한 특징까지 관심 있게 바라보는 화자의 애정 어린 태도를 드러낸다.
554
555작품의 중간부터는 현실적인 관찰이 환상적인 상상으로 확대된다. 화자는 대상의 얼굴에 물을 부으면 ‘작은 아쿠아리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고, 그곳에 금붕어를 풀어놓은 뒤 이를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으로 변화시킨다.
556
557이에 따라
558
559'''대상의 얼굴 → 작은 아쿠아리움 →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 수풀이 우거진 얼굴 못'''
560
561으로 이미지가 확대된다.
562
563또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풀어놔야지’, ‘헤엄칠 것이다’로 이어지는 서술 방식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상상이 가능성의 제시에서 화자의 의지로, 다시 구체적인 장면의 제시로 나아가는 과정을 드러낸다.
564
565화자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난다. 작품의 앞부분에서는 대상의 ‘유혹’에 영향을 받고 대상의 품으로 ‘안기는’ 모습이 나타나는 반면, 후반부에서는 화자가 대상의 얼굴을 바탕으로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이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낸다.
566
567따라서 '''대상에게 이끌리는 모습에서 대상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상상을 펼치는 모습'''으로 화자의 태도가 변화하고 있다.
568
569그러나 환상적인 상상이 확대된 뒤 작품은 다시 ‘도승현’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오며, 이어 ‘도’와 마침표를 제시한다.
570
571이에 따라 작품의 중간에서는
572
573'''얼굴 → 아쿠아리움 → 얼굴 못'''
574
575으로 '''상상의 확대'''가 나타나는 반면, 마지막에서는
576
577'''도승현 → 도 → .'''
578
579로 '''언어 단위의 축소'''가 나타난다.
580
581이러한 서로 반대되는 움직임은 작품의 구조적인 특징을 형성한다. 대상에 대한 화자의 상상은 계속 넓어지지만 그 상상의 끝에서 언어는 다시 대상의 이름으로 돌아와 점차 작은 단위로 축소된다.
582
583결국 작품에서 전개된 다양한 감각과 환상적인 상상의 중심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도승현’'''이라는 하나의 대상이 놓여 있다.
584
585이처럼 이 작품은 '''이름의 음성적 특징에 대한 세밀한 감각,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 현실에서 환상으로 확대되는 상상, 문자 표기의 의도적인 변형, 이름과 음절의 반복, 상상의 확대와 언어 단위의 축소'''를 통해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랑과 매혹을 형상화하고 있다.
586
587== 다른 작품과의 비교 ==
588
589=== 『롤리타』와의 비교 ===
590이 작품에서 화자는 ‘도승현’이라는 이름을 '''‘도. 승. 현.’'''으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이어 '''‘매 음절’, ‘혀 끝에 맺힐 때마다’, ‘탄력감’, ‘특히 도의 발음’''' 등의 표현을 통해 대상의 이름을 발음하며 느끼는 감각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591
592이러한 표현 방식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의 첫부분과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롤리타』에서도 ‘Lolita’라는 이름을 '''‘Lo. Lee. Ta.’'''와 같이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제시하고, 그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혀의 움직임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593
594두 작품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고, 그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체적 감각에 주목한다'''는 표현상의 공통점이 있다.
595
596특히 『롤리타』에서 이름의 발음과 혀의 움직임이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597
598'''‘도. 승. 현.’ → ‘매 음절’ → ‘혀 끝에 맺힐 때마다’'''
599
600로 표현이 이어진다.
601
602이를 통해 대상의 이름을 단순히 대상을 지칭하는 말로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자가 직접 발음하고 음미하는 감각적인 대상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603
604두 작품 모두 완전한 이름을 먼저 제시한 뒤 그 이름을 작은 음성 단위로 나누어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이에 따라 이름은 단순한 의미 전달의 수단을 넘어 '''그 소리와 발음 자체가 화자의 관심 대상'''이 된다.
605
606또한 이 작품에서는 이름 전체를 분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특히 도의 발음’'''에 주목하여 화자의 관심을 하나의 음절로 더욱 집중하고 있다.
607
608이러한 관심은 작품의 마지막에서도 이어진다. 화자는 다시 ‘도승현’을 제시한 뒤 ‘도’를 반복하고, 마지막에는 마침표만을 독립적으로 제시한다.
609
610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이름의 분절과 발음의 신체적 감각이 작품의 일부에만 머무르지 않고 마지막의 구성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611
612특히
613
614'''도승현 → 도. 승. 현. → 매 음절 → 특히 ‘도’의 발음 → 도승현 → 도 → .'''
615
616의 흐름을 통해 대상의 이름을 계속해서 작은 단위로 나누고 그중 특정한 음절에 집중하는 화자의 태도가 작품 전체의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617
618따라서 『롤리타』와 이 작품은 '''대상의 이름을 음절로 분절하고, 그 이름의 발음을 혀의 움직임과 같은 신체적 감각으로 구체화한다는 표현상의 공통점'''을 중심으로 비교하여 감상할 수 있다.
619
620다만 이러한 공통점은 작품에 실제로 나타나는 '''표현 방식의 유사성'''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두 작품 사이의 직접적인 영향 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는 제시되어 있지 않으므로, 『롤리타』를 이 작품의 직접적인 원전이나 모티프로 단정할 수는 없다.
621
622== 창작 배경 ==
623작품의 글쓴이는 작품의 대상인 도승현과 같은 '''[[1학년 2반(32기)|1학년 2반]]의 남학생'''[* 작품의 글쓴이와 작품의 대상인 도승현이 같은 [[2학년 1반(32기)|2학년 1반]]이라는 것은 잘못 알려진 정보이다.]이었으며, 작품은 실제 학교 컴퓨터의 메모장에 작성되었다.
624
625이러한 창작 배경은 작품에 나타나는 구체적인 대상 묘사와 관련된다. '''‘초록 니트’,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등은 대상의 일상적인 모습과 습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표현으로, 화자가 실제 일상에서 대상의 모습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626
627특히 ‘사진 찍을 때에만’이라는 표현은 향수 자체보다 '''대상이 언제 향수를 사용하는지까지 화자가 알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이는 작품에 나타나는 세밀한 관찰이 추상적인 상상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실제 일상에서 관찰한 대상의 구체적인 특징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628
629또한 작품이 실제 학교 컴퓨터의 메모장에 작성되었다는 점은 제목인 '''「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와 직접 연결된다.
630
631제목의 ‘이 메모장’이 작품이 기록된 실제 매체를 가리키면서 메모장이라는 기록 공간 자체가 작품의 의미 형성에 관여하고 있다.
632
633여러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학교 컴퓨터에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내밀한 감정과 상상이 기록되어 있다는 점에서 '''‘열지 마세요’'''라는 금지의 의미가 구체화된다.
634
635특히 작품의 내용은 대상의 이름을 혼자 불러 보고, 그 발음을 세밀하게 감각하며, 대상의 얼굴을 자신만의 아쿠아리움으로 변화시키는 개인적인 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파일의 제목이 ‘열지 마세요’라는 점은 작품의 내밀한 성격을 더욱 부각한다.
636
637또한 작품에 나타나는 문자 표기의 변형은 컴퓨터 메모장이라는 창작 환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문자 입력 과정의 흔적처럼 보이는 표기를 작품의 표현으로 활용함으로써 작품이 작성된 매체의 특징을 시적 표현의 일부로 끌어들이고 있다.
638
639따라서 이 작품에서 메모장은 단순히 작품을 저장한 도구가 아니라 '''도승현을 향한 화자의 사적인 감정과 상상이 기록되고 숨겨지는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640
641작품의 제목, 문자 표기의 변형,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내밀성과 서로 연결되며, 작품의 실제 창작 상황과 작품 내부의 표현이 긴밀하게 결합되어 있음을 보여 준다.
642
643== 총정리 ==
644> 도승현[* '''고유명사의 독립 제시''' → 중심 대상 부각]
645>
646> 도승현의 이름[* '''대상의 ‘이름’ 자체에 대한 관심''']을 가만히[* '''조용하고 내밀한 태도'''] 불러보았다.[* '''‘-어 보다’''' → 이름을 직접 발음하며 음미함]
647>
648> 도. 승. 현.[* '''이름의 음절 단위 분절''' → 개별 말소리 부각]
649>
650> 매 음절[* 앞의 '''‘도. 승. 현.’'''과 연결]이 혀 끝에 맺힐 때마다[* '''말소리의 신체적·감각적 구체화'''] 적당한 수준[* '''감각의 강도를 낮추어 표현''' → 절제된 어조]으로 느껴지는 탄력감.[* '''촉각적 표현''' → 이름의 발음을 감각적 대상으로 제시 / 명사 중심의 종결 → 감각 부각]
651>
652> 특히 도의 발음[* '''‘매 음절’ → ‘도’'''로 관심의 초점 축소 / 특정 음절의 부각]에서 느껴지는 파열음는\은[* '''분석적·음성학적 어휘''' / 문자 표기의 변형 → ‘파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부각] 나에게로 하여금 은근한[* '''‘은근한’''' → 유혹의 강도를 절제하여 표현 / 대상의 발음에서 느끼는 매혹] 유혹읅 하는 것d\이다.[*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 → 문자 자체에 대한 주목]
653>
654> 나는 사무치는 그의 유혹[* '''‘은근한 유혹’ ↔ ‘사무치는 유혹’''' → 작은 자극에 대한 깊은 정서적 반응]에서 적이 울적해져 있다가도,[* '''화자의 정서 직접 제시''' / ‘-다가도’ → 정서와 행동의 변화 예고]
655>
656> 다시 돌아서서는[* '''‘다시’''' → 대상에게 되돌아가는 움직임] 그 초록 니트[* '''색채 이미지''' / 대상의 구체적·일상적 모습]의 품으로 안긴다.[* '''대상에게 이끌리는 화자''' / 신체적 접촉의 구체화]
657>
658> 사진 찍을 때에만 쓰는 향수[* '''구체적인 일상 습관''' →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 냄새가[* '''후각적 이미지'''] 은은히[* '''감각의 강도를 절제하여 표현'''] 나는 그의 품.[* '''‘품’의 반복''' / 신체적·후각적 감각의 결합 / 명사구 중심의 종결 → 대상의 품 부각]
659>
660> 그의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 '''대상의 독특한 외양에 대한 구체적 관찰''' / 문자 표기의 변형 ↔ 형태의 일그러짐]을 눕혀 물을 부어본다면,[* '''얼굴의 공간화''' / ‘-ㄴ다면’ → 가정적 상상의 시작] 아마도,[* '''조심스러운 추측''' → 과감한 상상과 절제된 어조의 결합] 작은 아쿠아리움[* '''현실의 얼굴 → 환상적 공간''' / 상상의 확대] 하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가능성의 제시''' → 환상적 상상의 출발]
661>
662> 그리고 나는[* '''화자의 주체성 부각''' → 상상을 적극적으로 구성함]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나만의’''' → 개인적·내밀한 상상 공간]에 금붕어를 풀어놔야지.[* '''구어적 표현''' / 가능성 → '''의지'''로 상상의 구체화]
663>
664> 금붕어는 수풀이 우거진[* '''자연적 이미지''' / 앞의 ‘초록 니트’와 시각적으로 연결 가능] 그의 얼굴 못[* '''얼굴 + 못''' → 대상의 신체와 환상적 공간의 결합 / 아쿠아리움 → 자연적 공간으로 확대]에서 자유로이[* '''제약 없는 움직임''' / ‘나만의’과 의미상 긴장 형성] 헤엄칠 것이다.[* '''보다 단정적인 장면 제시''' / 가능성 → 의지 → 구체적 장면]
665>
666> 도승현[* '''환상적 상상 → 대상의 이름으로 회귀''' / 첫 행의 ‘도승현’과 호응 / 시상의 수렴]
667> 도[* 앞의 '''‘특히 도의 발음’'''과 연결 → 특정 음절의 재부각]
668>
669> 도승현[* '''대상 이름의 반복''' → 화자의 관심을 다시 대상에게 집중]
670> 도
671> 도[* '''완전한 이름 → 특정 음절'''로 언어 단위 축소]
672> .
673> .
674> .[* '''음절 → 문장 부호'''로 언어 단위 축소 / 앞의 ‘도. 승. 현.’에서 이름을 분절하던 마침표의 독립 / '''언어 분절의 극대화''']
675== 적용 문제 ==
676
677=== 1번 ===
678'''윗글의 표현상 특징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679
680① ‘도. 승. 현.’과 같이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개별 말소리를 부각하고 있다.
681
682② ‘혀 끝’, ‘탄력감’, ‘향수 냄새’ 등 다양한 감각과 관련된 표현을 활용하여 대상에 대한 화자의 관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683
684③ 대상의 구체적인 외양에서 출발한 상상을 ‘아쿠아리움’, ‘얼굴 못’ 등의 환상적인 공간으로 확대하고 있다.
685
686④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교차하여 대상과 함께했던 시간의 흐름을 부각하고 있다.
687
688⑤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을 활용하여 문자 자체의 형태에도 주목하게 하고 있다.
689
690
691=== 2번 ===
692'''1~5행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693
694① 첫 행의 ‘도승현’은 고유명사만을 독립적으로 제시하여 작품의 중심 대상을 부각한다.
695
696② ‘가만히’는 대상에게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화자의 외향적인 태도를 드러낸다.
697
698③ ‘도. 승. 현.’은 하나의 이름을 각각의 음절로 나누어 제시함으로써 이름을 구성하는 개별 말소리에 주목하게 한다.
699
700④ ‘매 음절’은 앞에서 ‘도. 승. 현.’으로 나누어 제시한 각각의 음절과 연결된다.
701
702⑤ ‘혀 끝에 맺힐 때마다’와 ‘탄력감’은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에서 화자가 느끼는 감각을 신체적으로 구체화한다.
703
704
705=== 3번 ===
706'''<보기>를 바탕으로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707
708{{{#!wiki style="border: 1px solid #aaa; padding: 10px;"
709'''<보기>'''
710
711시에서 시어는 다른 시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와 기능이 구체화될 수 있다. 작품의 앞부분에 제시된 시어나 이미지가 뒤에서 반복·변형되거나 다른 시어와 관련을 맺을 경우, 이러한 관계를 통해 화자의 관심이 이동하는 과정이나 시상의 전개 양상을 파악할 수 있다.
712}}}
713
714① ‘도. 승. 현.’과 ‘매 음절’의 관계를 통해 화자가 대상의 이름을 하나의 단어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각각의 음절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겠군.
715
716② ‘특히 도의 발음’과 마지막 부분의 ‘도’를 관련지으면, 화자가 앞에서 특별히 주목했던 음절이 작품의 후반부에 다시 제시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겠군.
717
718③ ‘초록 니트’와 ‘수풀이 우거진’을 관련지으면, 대상의 현실적인 모습에서 제시된 색채 이미지가 뒤의 환상적인 공간과 시각적으로 연결된다고 볼 수도 있겠군.
719
720④ ‘작은 아쿠아리움’,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의 관계를 통해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공간적 상상이 점차 변형되고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겠군.
721
722⑤ ‘은근한 유혹’과 ‘사무치는 그의 유혹’은 모두 유혹의 강도를 낮추어 표현한 것이므로, 대상에게 반응하는 화자의 정서에는 강도의 차이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볼 수 있겠군.
723
724
725=== 4번 ===
726'''윗글의 시상 전개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727
728① 대상의 이름을 제시한 뒤 그 이름을 직접 불러 보고 음절 단위로 분절하면서 이름 자체에 대한 관심을 구체화하고 있다.
729
730② 이름의 음절과 발음에 대한 관심에서 ‘초록 니트’, ‘향수 냄새’ 등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으로 시상을 확대하고 있다.
731
732③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 이후에는 대상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집중하면서 앞에서 나타난 환상적인 상상을 중단하고 있다.
733
734④ 대상의 얼굴에서 ‘작은 아쿠아리움’을 떠올리고, 다시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상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735
736⑤ 작품의 마지막에는 앞에서 특별히 주목했던 ‘도’를 다시 제시하고, 나아가 마침표만을 독립적으로 제시하면서 언어의 단위를 축소하고 있다.
737
738
739=== 5번 ===
740'''<보기>를 참고하여 윗글을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741
742{{{#!wiki style="border: 1px solid #aaa; padding: 10px;"
743'''<보기>'''
744
745문학 작품은 그것이 창작되고 기록된 구체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이해할 수도 있다. 특히 작품이 특정한 매체의 성격을 활용하고 있다면, 작품의 제목이나 표기 방식 등이 그 매체와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 살펴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746
747「이 메모장을 열지 마세요」는 실제 학교 컴퓨터의 메모장 파일에 작성된 작품이다. 작품을 읽기 위해서는 독자가 ‘열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명령과 달리 해당 메모장 파일을 열어야 한다.
748}}}
749
750① 제목의 ‘열지 마세요’는 작품의 내용을 널리 공개하려는 화자의 의도를 직접적으로 드러낸다고 볼 수 있겠군.
751
752② 제목의 ‘이’는 작품이 실제로 기록된 메모장을 가리키는 지시 표현으로 이해할 수 있겠군.
753
754③ 작품을 읽으려면 실제 메모장을 열어야 한다는 점에서 제목의 금지 명령과 독자의 읽기 행위 사이에 긴장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겠군.
755
756④ 대상의 이름과 사소한 특징을 세밀하게 기록한 작품의 내용과 관련지으면, ‘열지 마세요’라는 제목은 작품의 사적이고 내밀한 성격을 부각한다고 볼 수 있겠군.
757
758⑤ ‘파열음는\은’, ‘것d\이다’, ‘기울어지교ㅗ’와 같은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은 작품이 컴퓨터의 메모장에 입력된 문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과 관련하여 살펴볼 수 있겠군.
759
760
761=== 6번 ===
762'''<보기>와 윗글을 비교하여 감상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763
764{{{#!wiki style="border: 1px solid #aaa; padding: 10px;"
765'''<보기>'''
766
767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첫머리에서 화자는 ‘Lolita’라는 이름을 ‘Lo. Lee. Ta.’와 같이 음절 단위로 나누어 제시한다. 또한 그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혀의 움직임에 주목한다.
768}}}
769
770① 윗글의 ‘도. 승. 현.’과 <보기>의 ‘Lo. Lee. Ta.’는 모두 특별한 의미를 지닌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제시한 것이겠군.
771
772② 윗글의 ‘혀 끝에 맺힐 때마다’와 <보기>의 혀의 움직임에 대한 주목은 모두 대상의 이름을 발음하는 행위를 신체적 감각과 관련짓고 있겠군.
773
774③ 윗글에서는 이름을 분절한 뒤 ‘매 음절’, ‘특히 도의 발음’으로 관심을 세분화한다는 점에서 이름의 개별 말소리를 세밀하게 감각하고 있겠군.
775
776④ 윗글과 <보기>에 이름의 음절 분절과 발음에 대한 신체적 감각이라는 공통점이 나타나므로, 이를 통해 윗글이 『롤리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겠군.
777
778⑤ 윗글은 <보기>와 달리 이름의 분절에 그치지 않고, 앞에서 특별히 주목한 ‘도’를 작품의 마지막에 다시 제시하여 특정 음절에 대한 관심을 작품 후반부의 언어적 축소와 연결하고 있겠군.
779
780
781== 정답 및 해설 ==
782
783||<tablewidth=100%><width=80px> '''문항''' || '''1''' || '''2''' || '''3''' || '''4''' || '''5''' || '''6''' ||
784|| '''정답''' || ④ || ② || ⑤ || ③ || ① || ④ ||
785
786
787=== 1번 해설 ===
788'''정답 ④'''
789
790④ 작품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장면을 반복적으로 교차하거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상과의 관계를 제시하지 않는다. 작품의 시상은 대상의 이름과 발음에 대한 관심에서 구체적인 모습과 향기로 확대되고, 다시 대상의 얼굴을 바탕으로 한 환상적인 상상으로 이어진다.
791
792① ‘도. 승. 현.’에서는 하나의 고유명사를 음절 단위로 나누어 제시한다.
793
794② ‘혀 끝’, ‘탄력감’에서는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의 신체적 감각이, ‘향수 냄새’에서는 후각적 이미지가 나타난다.
795
796③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이라는 현실적인 외양의 관찰에서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이라는 환상적인 공간이 형성된다.
797
798⑤ ‘파열음는\은’, ‘유혹읅’, ‘것d\이다’, ‘기울어지교ㅗ’ 등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을 활용하고 있다.
799
800
801=== 2번 해설 ===
802'''정답 ②'''
803
804② ‘가만히’는 자신의 감정을 상대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외향적인 태도와 거리가 있다. 화자가 대상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보고 그 말소리를 스스로 음미하는 내밀한 태도를 드러낸다.
805
806① 첫 행에서는 ‘도승현’이라는 고유명사만을 독립적으로 제시하여 작품의 중심 대상을 부각한다.
807
808③ ‘도. 승. 현.’은 하나의 이름을 세 음절로 분절하여 각각의 말소리를 의식하게 한다.
809
810④ ‘매 음절’은 바로 앞에서 분절하여 제시한 ‘도’, ‘승’, ‘현’과 연결된다.
811
812⑤ ‘혀 끝에 맺힐 때마다’와 ‘탄력감’은 눈에 보이지 않는 말소리를 화자가 신체적으로 감각하는 대상으로 구체화한다.
813
814
815=== 3번 해설 ===
816'''정답 ⑤'''
817
818<보기>는 작품 속 시어가 다른 시어와 맺는 관계를 통해 그 의미와 기능을 파악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819
820⑤ ‘은근한 유혹’과 ‘사무치는 그의 유혹’은 동일한 강도의 표현이 아니다. ‘은근한’은 대상에게서 느끼는 유혹의 정도를 낮추어 표현한 반면, ‘사무치는’은 그러한 유혹에 반응하는 화자의 깊은 정서를 드러낸다. 따라서 대상의 작은 특징에도 화자가 깊이 반응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821
822① ‘매 음절’은 앞의 ‘도. 승. 현.’에서 각각 분절된 음절과 연결된다.
823
824② 작품 마지막의 ‘도’는 앞의 ‘특히 도의 발음’에서 화자가 특별히 주목했던 음절과 연결된다.
825
826③ ‘초록 니트’와 ‘수풀이 우거진’은 직접적으로 동일한 대상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지만, 색채와 자연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시각적으로 연결하여 읽을 수 있다.
827
828④ ‘작은 아쿠아리움’은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을 거쳐 ‘얼굴 못’으로 변형되면서 대상의 얼굴에서 시작된 공간적 상상이 확대된다.
829
830
831=== 4번 해설 ===
832'''정답 ③'''
833
834③ ‘기울어지교ㅗ 찌그러진 얼굴’ 이후 화자의 상상이 중단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대상의 현실적인 외양에 대한 관찰을 바탕으로 얼굴을 물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형하고, 이를 ‘작은 아쿠아리움’과 ‘얼굴 못’으로 확대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현실적인 관찰에서 환상적인 상상으로 시상이 확대되는 지점'''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835
836① 작품은 ‘도승현’을 제시하고 그의 이름을 불러 본 뒤 ‘도. 승. 현.’으로 분절한다.
837
838② 이름과 발음에 집중되었던 화자의 관심은 이후 ‘초록 니트’, ‘품’, ‘향수 냄새’ 등 대상의 구체적인 모습과 감각으로 확대된다.
839
840④ ‘작은 아쿠아리움’은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 ‘얼굴 못’으로 이어지며 점차 구체화된다.
841
842⑤ 작품의 마지막에서는 ‘도승현’에서 ‘도’로, 다시 마침표로 언어의 단위가 축소된다.
843
844
845=== 5번 해설 ===
846'''정답 ①'''
847
848<보기>는 작품이 창작·기록된 상황과 매체에 관한 정보를 작품 내부의 표현과 관련지어 감상하도록 하고 있다.
849
850① 제목의 ‘열지 마세요’는 자신의 감정을 널리 공개하려는 태도와 반대되는 표현이다. 다른 사람이 메모장을 열어 보는 것을 제한하는 명령이라는 점에서 작품에 기록된 내용의 사적이고 내밀한 성격과 관련된다.
851
852② 제목의 ‘이’는 작품이 기록되어 있는 구체적인 메모장을 지시한다고 볼 수 있다.
853
854③ 작품을 읽으려면 ‘열지 마세요’라는 명령과 달리 실제 메모장을 열어야 하므로 제목의 명령과 독자의 읽기 행위 사이에 긴장이 형성된다.
855
856④ 작품에는 대상의 이름을 혼자 불러 보고, 옷과 향수 등 사소한 특징을 세밀하게 관찰하며, ‘나만의 작은 아쿠아리움’을 상상하는 내밀한 내용이 나타난다.
857
858⑤ 일반적인 표기에서 벗어난 문자 표현은 컴퓨터 메모장이라는 기록 매체의 성격과 관련하여 그 기능을 살펴볼 수 있다. 다만 작품 외부의 정보만으로 이러한 표현의 의미를 결정하기보다 작품 내부에서 나타나는 위치와 주변 표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859
860
861=== 6번 해설 ===
862'''정답 ④'''
863
864④ 두 작품에서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는 표현'''과 '''이름을 발음하는 과정의 신체적 감각에 주목하는 표현'''이라는 공통점은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상의 공통점만으로 윗글이 『롤리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창작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865
866① 『롤리타』의 ‘Lo. Lee. Ta.’와 윗글의 ‘도. 승. 현.’은 모두 대상의 이름을 음절 단위로 분절하여 제시한다.
867
868② 두 작품 모두 이름을 단순히 의미를 전달하는 말로만 제시하지 않고, 실제로 발음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혀의 움직임이나 감각에 주목한다.
869
870③ 윗글에서는 ‘도. 승. 현.’에 이어 ‘매 음절’, ‘특히 도의 발음’이 제시되면서 이름 전체에서 개별 음절로 화자의 관심이 세분화된다.
871
872⑤ 윗글에서는 앞부분의 ‘특히 도의 발음’에서 선택된 ‘도’가 마지막에 다시 나타난다. 이에 따라 특정 음절에 대한 화자의 관심이 작품 후반부의 '''도승현 → 도 → .'''라는 언어 단위의 축소와 연결된다.